2026년 7월 17일 금요일
양심의 속삭임
베트남전 학살 생존자들이 자신을 살려주거나 위험을 알려준 군인을 찾는다는 기사는 우리 마음에 새겨진 하나님의 법인 양심의 힘과, 진실과 화해를 추구해야 할 우리의 소명을 일깨워줍니다.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할 때에는 이 사람은 율법이 없어도 자기가 자기에게 율법이 되나니 이런 이들은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고발하며 혹은 변명하여 그 마음에 새긴 율법의 행위를 나타내느니라
로마서 2:14-15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벌어진 민간인 학살. 그 참혹한 비극 속에서 살아남은 분들의 이야기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다섯 살 소녀였던 한 생존자는 한 군인이 자기 머리채를 잡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힘이 풀린 틈을 타 도망쳐 목숨을 구했다고 회상합니다. 이제 노인이 된 그녀는 묻습니다. ‘그 군인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일부러 나를 놓아준 것은 아닐까? 살아있다면 꼭 만나고 싶다.’ 또 다른 생존자는 위험을 미리 알려주어 오빠를 살려준 군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합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기억들입니다. 끔찍한 학살의 현장 속에서도, 어쩌면 한 줄기 빛처럼 남은 그 순간들 앞에서 우리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할 때에는 이 사람은 율법이 없어도 자기가 자기에게 율법이 되나니 이런 이들은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고발하며 혹은 변명하여 그 마음에 새긴 율법의 행위를 나타내느니라” (로마서 2:14-15).
하나님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양심’이라는 것을 심어두셨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속에서 ‘이것은 옳지 않다’, ‘이것이 옳은 일이다’라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게 하셨다는 뜻입니다. 그 소녀의 머리채를 잡았던 군인의 마음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 하나님이 새겨두신 율법, 그 양심이 그를 고발하고 그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 찰나의 흔들림, 양심의 속삭임에 반응했던 작은 행동이 한 생명을 살렸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전쟁터에 있지는 않지만, 매일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불의와 타협하고 싶은 유혹 앞에서, 미움과 분노의 말을 내뱉고 싶을 때,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외면하고 싶을 때, 우리 안에서도 양심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성령님께서는 바로 그 양심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 작은 속삭임을 무시할 때 우리는 죄의 길로 더 깊이 빠져들지만,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순종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됩니다.
기사의 생존자들은 복수가 아니라 진실과 만남, 그리고 화해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화목하게 하는 직분’(고후 5:18)의 시작입니다. 아픈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화해의 행동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음에 새겨진 율법을 따라 사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양심의 속삭임은 무엇입니까?
기도
주님, 수십 년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신음을 들어주소서. 진실이 밝혀지고 상처가 치유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우리 마음속에 말씀하시는 성령님의 세미한 음성에 민감하게 하시고, 일상 속에서 화평을 이루는 자로 살아가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