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8일 토요일
고요함 속에 머무는 마음
제주도에서 조용한 삶을 가꾸며 그림을 그리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창조의 아름다움과 일상의 고요함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법을 나눕니다.
야훼께서 또 이르셨다. "너는 이 동굴에서 나가 산 위, 야훼 앞에 서라." 바로 그 때 야훼께서 지나가시는데 야훼 앞에서는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바위를 부수었다. 그러나 그 바람 속에 야훼께서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뒤에 지진이 있었으나 그 지진 속에도 야훼께서는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간 뒤에 불이 있었으나 그 불 속에도 야훼께서는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열왕기상 19:11-12
야훼여, 하신 일이 어찌 이리 많사옵니까? 모두 지혜로 만드셨으니, 온 땅에 당신의 피조물, 가득합니다.
시편 104:24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오 복음서 6: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제주도에서 '엉또'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며 조용한 삶을 살아가는 한혜민 작가에 대한 기사를 접합니다. 세상의 화려함이나 명성을 좇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곳에는 어쩌면 이처럼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히 자신의 삶을 가꾸고 싶은 열망이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예술가의 삶은 우리에게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가 호렙 산에서 하느님을 만났던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님께서는 산을 뒤흔드는 강한 바람 속에도, 땅을 가르는 지진 속에도,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불길 속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이 모든 엄청난 힘의 과시가 지나간 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 가운데 당신을 드러내셨습니다. 우리의 시대는 바람과 지진과 불의 시대와 같습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과 경쟁을 부추기는 목소리, 그리고 더 크고 더 화려한 것을 추구하라는 세상의 외침 속에서 우리는 쉽게 길을 잃고 영혼의 평화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바로 그 소음 너머, 우리 마음의 가장 깊고 고요한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혜민 작가가 제주의 풍경을 화폭에 담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시편 기자가 노래했듯, “온 땅에 가득한” 주님의 피조물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기도와 같습니다. 성 대 바실리오를 비롯한 우리 교회의 거룩한 교부들께서는 자연 만물이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을 증거하는 ‘두 번째 성서’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 오름의 부드러운 능선 하나하나에 하느님의 손길이 새겨져 있습니다. 작가가 그것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표현하는 행위는, 우리 역시 우리 주변의 창조 세계 속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분을 찬미하도록 초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제주도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은 그녀에게 있어 세상과 분리된 '골방'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섬으로 떠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마음의 태도입니다. 우리의 일터가, 우리의 가정이, 심지어는 분주한 출퇴근길의 짧은 순간이라도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아버지께 나아가는 우리만의 '골방'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선행,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기도, 성실하게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평범한 하루하루야말로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향기로운 제물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마음에 평화가 없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창밖의 작은 풀 한 포기에서, 혹은 곁에 있는 이의 눈빛 속에서 주님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십시오. 우리의 삶이 비록 세상의 눈에는 평범하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그 안에서 신실하게 하느님을 찾을 때, 그 삶은 그 자체로 거룩한 성화(Icon)가 되어 주님의 빛을 드러낼 것입니다. 주님의 위로가 여러분의 지친 마음 위에 고요히 머물기를 기도합니다.
기도
자비로우신 주님, 세상의 소음 속에서 지친 저희에게 고요한 마음을 허락하소서. 저희의 눈을 열어 당신께서 지으신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하시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당신의 부드러운 음성을 듣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아멘.